새터교회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Category
name 박채란
homepage http://blog.naver.com/ranair
title 모두들, 안녕하시죠?


오래동안 뵙지 못하니,

모두의 소식이 궁금하네요.



산후조리 한다고, 저는 눈감고 귀닫고 지내고 있지만,

그래도 문특 속으로 들어오는 세상소식에 슬픕니다. ㅠㅠ



저는 이제 아기 낳은지 48일이 되었어요.

조리원 2주 도우미이모님 4주 해서,

이제 공식적인 ㅋㅋ 산후조리가 모두 끝났어요.

담주부터는 (물론 시어머님이  많이 도와주시지만요)

리얼 두아이 육아가 시작되지요 ㅋㅋ



요즘은 컴퓨터 켤 짬도 잘 안나서,

페이스북에서 보통 소식을 올린답니다.

그래서 페북이나 카스친구분들 소식은 보고 있어요.



산후조리가 끝나기 전에, 둘째 출산기를 글로 정리하고 싶어서,

조금씩 써서 그저께 완성했어요 ㅋㅋㅋ

페이스북에는 올렸는데, 교회게시판에도 올리고 싶어서

작은애 재우고, 큰애 아빠한테 맡겨두고 몰래 컴퓨터 방에 들어왔어요.



아, 모두 보고 싶어요.

좀 길지만....시간나실때 잼나게 읽어주세요.



아참 어쩌면 은교는 아빠랑 크리스마스 예배에 갈지도 몰라요

(성룡오빠를 넘 그리워해서요 ㅋㅋ)

만나면 반가워해주세요 히힛!



모두, 사랑해요.

마음만은 따듯한 연말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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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출산기



예정일은 11월 3일 일요일 이었다. 목요일 즈음이 되자, 남편은 이번주에는 나올것 같다고 했다. 나는 잘 감이 안왔다. 월요일에는 (아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날개달린연필 언니들이 만나러 온다고 했고, 화요일에는 작은진보 모임이 있었다. 주일에 마지막으로 교회에 다녀오고 월, 화 모임에 다녀온뒤 아가가 나와도 나쁘지 않아, 라는 생각도 들었다.

금요일에는 서점에 다녀와 조카생일과 나의 순산을 기원하며 아가씨가 준비한 저녁식사에 갔다. 솜씨좋은 아가씨가 한상 가득 차려낸 샤브샤브를 먹고 밤늦게야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오면서, 아가씨에게 주말에 아기가 나오면 아가씨가 해준 샤브샤브 덕분이라고 농담을 했다. 집으로 와서 새벽 늦게까지 남편은 아이패드로 만화책을 읽고 나는 새로산 책을 읽었다. 마치 예정일 따위 안중에 없다는 듯 유유자적.  



그리고 다음날 그러니까 토요일 새벽, 이슬이 보였다. 오오 이런 진짜 주말에 나올수도 있겠는데? 나는 긴장이 풀어지며 계속 눕고만 싶었다. 나가서 걸어야 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고 방송에서 계속 떠드는 통에 나가기도 뭐했다. 낮에는 내내 먹고 자고만 하다가, 밤이 되어 답답해져서 빅마켓에 갔다. 좀 걷고 구경을 했다. 은교는 카트에 앉아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이것저것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 이건 뭐야? 아빠 이건 뭐예요?" 우리는 영업시간이 끝날때까지 피자를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이지 못한 은교에게 김밥을 싸 먹이고 망고를 잘라 먹였다. 포크질을 야무지게 하는 은교를 보며 우리는 감탄을 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진통의 ㅈ 자도 시작되지 않았다. 이슬이 비치고 1주일 후에가 아가가 나올수도 있어, 라고 나는 여유롭게 생각하려 애썼고, 남편은, 아니야 주말을 넘기지 않을것 같아, 라고 반복해 말했다.



그리고 다음날 그러니까 일요일 새벽6시. 자고 있는데 뭔가 물컹 하고 흐르는것 같았다. 아주 적은 양이었다. 깜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으니, 남편이 얼른 병원에 전화를 해 보란다. 전화를 받은 조산사는 양수 일 수 있으니 상황을 지켜보다가 진통이 없어도 서너시쯤 병원에 와서 양수인지 아닌지 확인을 하자고 했다. 우리는 잠을 좀 더 청했고, 오전이 되어서도 별다른 징후는 없었다. 점심즈음이 되어 병원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둘째라 진행이 빨리 될 수 있으니 일단 와서 검사를 하는게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우린 급하게 출산 가방을 챙겨 교대역에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시댁에 은교를 맡기는데, 괜히 눈물이 났다. 죽으러 가는것도 아닌데, 영영 못볼것도 아닌데.



병원에 가서 우선 태동검사를 했다. 결과는 정상. 그리고 내진 아직 자궁문은 하나도 열리지 않은 상태. 잠시 후 양수가 열린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검사. 우리는 양수가 열린것이 아니기를 바랐다. 양수가 열렸으면 감염위험 때문에 항생제를 투여해야 한다. 진통이 올때까지 여섯시간에 한번씩 병원에 와서 항생제를 맞아야 한다는데, 번거롭기도 하고, 계속 약물을 주입해야 한다는게 마음에 걸렸다. 처음 한 양수확인 검사가 애매한 결과라서, 다시 정밀 검사. 결과는 ㅠㅠ 정말 정말 소량이었지만 양수가 열린게 맞았다. 양과 상관없이 양수가 흐른것이 맞다면 감염위험 때문에 항생제를 맞아야 한단다. 조산사 샘이 양수가 흐른 시간을 물었다. 새벽 여섯시. 그럼 열두시간 까지는 괜찮으니 근처 교대 운동장이라도 돌고, 저녁을 먹고 오라고 한다. 그 안에 진통이 올수도 있으니까.



남편과 나는 나가서 교대 운동장을 돌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들어가 보는 서울교대 운동장이었다. 일요일 오후를 즐기는 사람을 사이에서, 나는 힘차게 걸었다. 아가야, 오늘 만나자, 응? 이라고 말하며. 다섯 바퀴를 돌자 힘든걸 떠나서 지루해졌다. 남편에게 말했다. 출산전 마지막 커피를 마셔야겠어. 우리는 교대 역에서 3호선 전철을 타고 두정거장을 가 양재에서 내렸다. 근처에 대학동기가 하는 카페가 있기 때문이다. 가서 언제나 맛있는 카푸치노와 약간의 간식을 먹었다. 물론, 이때까지도 진통은 전혀 없었다. 다시 교대로 돌아왔을때는 해가 지고 있었고,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지금 할 수 있는게 있다면, 최선을 다해야해, 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미친듯이 운동장을 걸었다. 남편에게, 당신은 앉아서 쉬어도 된다고 했지만 남편도 같이 걸어 주었다. 배뭉침이 좀 심해지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진통은 없었다. 6시 반까지 거의 탈진하도록 걷고 병원으로 가서 항생제를 맞았다. 첫번째 항생제 맞은 시각은 저녁 6시 반 다음 항생제를 맞으러 12시 반에서 1시 사이에 오라고 했다. 차를타고 은교가 있는 시댁으로 향하는데 계산이 복잡했다. 12시 반에 애를 데리고 병원에 갈수는 없잖아? 그럼 시댁에 맡겨놓고 와야 하는데, 그럼 12시 반까지 시댁에 있어야 한다는 말. 경험상, 진통이 오려면 편안한 공간에 있어야 한다. 마음이 편해야 진행이 되는데, 아무래도 집이 아니면 안될것 같다. 그렇다고 은교만 떼어 놓고 우리둘이 집에 갈수도 없고, 은교를 데리고 집에 갔다가 밤 12시 반에 다시 은교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것도 불가능 했다.



이런 저런 걱정을 하면서 남부순환로를 달리는데, 조금씩 배가 아파왔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일단 우리 둘이 집에 가서 뭘 먹자. 집에 가서도 진통이 안오면, 그때 은교를 데리러 가자. 우리는 집근처에서 족발을 사서 들고 들어갔다. 나는 족발에 매운 양념을 가득 찍어 먹었다. 매운걸 먹으면 진통이 잘 온다고 해서. 그런데......족발을 먹는데 배가 심상치 않았다. 남편에게 진통측정 어플로 측정을 해보라고 하니 짧을 때는 3분 길어야 5분 간격. 하지만 아직 죽을만큼 아픈건 아니다. 병원에 전화를 하니, 둘째는 진행이 빠를 수 있으니 다시 집으로 갈 때 가더라도 지금 바로 오라고.



나는 아픈 배를 부여잡고, 일단 설겆이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치웠다. 화장실 쓰레기도 싹 비우자고 했다. 남편은 이와중에 왠 쓰레기타령이냐고 짜증을 냈지만, 여자들은 알거야. 어디 갔다 왔을때는 집이 깨끗해야 한다고.



다시 병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차창 위 손잡이를 꼭 잡아야 할 만큼 진통이 심해졌다. 은교를 낳을때도 그랬다. 차안에서 진통을 하면서 손이 새빨개지도록 손잡이를 잡았었지. 하지만 아직 이렇게 아파서는 아기가 나오지 않아.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병원에 도착해서 태동검사를 다시 하고, 조산사 샘이 내진을 했다. 어머, 5센티가 열렸습니다. 바로 입원하셔야 겠어요. 라고 말한 시간이 11시 30분. 교대 운동장의 효과!  



남편과 나는 가족 분만실로 들어갔다. 우리가 아기를 낳은 메디플라워자연출산센터는 의료개입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관장도 제모도 회음절개도 없다. 산모와 아기가 위험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산모가 원하지 않으면 어떤 의료개입도 하지 않는다. (마치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는것 처럼) 산모와 아기의 힘과 자연의 시간을 믿고 기다린다.



11시 30분, 그때부터 우리 부부도 그렇게 이제 아기가 세상으로 나오는 그 힘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처음에는 그냥 유유자적이었다. 진통이 오면 한번씩 인상이 찡그려졌지만 진통이 없을 때는 남편과 농담따먹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조산사 샘이 가져다 준 짐 볼위에서 몸을 튕기며 노는데......퍽 하고 양수가 터지면서 주르륵 물이 흘렀다. 제대로 양수가 터진것이다. 양수가 터지면 진행이 빨라진다. 진통이 점점 거세졌다. 하지만 첫째 때를 생각해보면 이정도 아파서는 절대 아기가 나오지 않는다, 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조산사 샘은 밑으로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자기를 부르라고 했다. 나는 되도록 이면 내가 혼자 견딜수 있는데 까지 견딘다음에 누군가를 부르고 싶었다.



음악을 틀고, 조명을 낮추고, 방을 이리저리 걸어다니며 진통을 했다. 아마도 2시를 넘긴 시점 부터 진통의 강도가 세졌던것 같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기억도 잘 안난다.) 아랫쪽이 묵직하게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조산사 샘을 불렀다. 벽을 잡고 진통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아래로 힘이 들어가며 그야말로 격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건 이전 진통과는 달랐다. 단지 자궁이 수축하며 느껴지는 통증이 아니라,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며 생기는 통증이었다. 아가가 밑으로 조금 내려왔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아, 이번에 정말 아팠어요. 아가가 조금 아래로 내려온것 같아요. 라고 말하자. 조산사 샘이 맞다고 했다. 내가 깜짝 놀라, 어떻게 아시냐고 했더니 아가가 내려오며 산모가 내는 소리는 다르다고 했다. 그 순간에도 무척 신기했다. 고통의 종류에 따라 다른 신음을 내다니, 그리고 그걸 알아보다니.



이제 더이상 서 있을수도 없을 지경이 되었다. 조산사 샘이 속옷까지 다 벗으라고 하셨다. 진행이 빨라지면 속옷을 벗을 시간도 없다면서. 나는 티셔츠 하나만 입은 채로 침대위에 누웠다. 이제 진짜 미칠것 같은 지경이었다. 정말정말정말 아팠다. 그런대도 내 머릿속에는 이정도 아파서는 아가가 나오지 않아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왜냐, 정말정말 아팠지만, 첫째 때만큼만큼 아프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약간 맛이 간 사람처럼, 아아 정말 아파요. 근데 더 아파야 되는데, 이 정도 아파서는 애가 안나오는데 라고 중얼거렸다. 정말정말정말 아픈 그 타이밍, 그러니까 자궁은 어느정도 다 열린 그 때가 바로 아기를 힘으로 밀어 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너무너무너무 아프기 때문에 힘을 주고 싶지가 않다. 그냥 널부러져서 통증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싶다. 하지만 밀어내지 않으면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아아아 이 딜레마.

나는 또 계속 중얼거렸다. 아 힘을 줘야 되는데, 너무 아파요, 너무 아파서 힘을 줄수가 없다구요. 그러다가 남편이 땀이라도 닦아주며, 힘내 따위의 말을 하면, 아 좀 저리가라고! 라고 짜증을 내며 그야말로 괴물처럼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자궁문은 8센티가 열렸다고 했다. 목이 쉴때까지 소리를 지르면서도 진통이 사그라들면, 저 너무 소리질러서 저 산모 왜 저래 라고 여기 선생님들이 욕하면 어쩌죠? 따위의 말도 하고. 하지만 알고 있다. 소리를 지르는건 아무 도움이 안된다. 에너지가 밖으로 나가버리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를 악물고 그힘을 배로 보내는게 낫다. 이러면 안끝나, 끝나지를 않는다고, 아직 시작도 제대로 안했는데. 나는 신음을 삼키고 진통이 올때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서너번쯤.



갑자기 조산사 샘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방안으로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수선했지만, 나는 고통 때문에 아무 생각이 없었다. 조산사 샘이 말했다. 자 아기 머리 보여요. 이제 두번만 더 힘주시면 되요. 허걱! 정말? 나는 믿어지지 않았다. 벌써 애가 나온다고? 이정도 아파서 애가 나올리가 없는데. 장난하는거 아니야? 내가 물었다. 나온다고요? 벌써요? 이래놓고 나보고 진통 100번 더 하라 그러는거 아니에요? 조산사 샘이 웃으며 말했다. 진짜예요. 지금 애기 나올때 다 되어서 다들 준비해서 들어왔잖아요. 자 이제 두번만 더 힘주시면 되요. 그러고 보니 옆에 신생아 침대가 있다. 그리고 담당의사 등장. 조산사 샘은 내 옆으로 와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다시 진통, 아, 이건 익숙한 느낌. 회음부에 불을 붙여 놓은것 같은 타 들어가는 통증. 아기 머리 때문에 회음부가 찢어지며 생기는 통증. 진짜, 머리가 나오는구나! 담당의사가 말한다. 자, 아기아빠가 아기 받으시겠어요? 남편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다음 진통, 커다랗고 미끌미끌하고 꿈틀꿈틀거리는 것이 한번에 후루룩, 하고 몸 바깥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그 커다랗고 미끌미끌하고 꿈틀꿈틀거리는 것이 내 가슴위에 얹힌다.(언제였는지 모르지만, 어느새 한장 입고 있던 티셔츠도 사라지고 완전 알몸인 나.) 아가는 울지 않었다. 그저 가만히 꼬물거렸다. 조산사 샘이 내 손을 잡아 탯줄을 만지게 해 주었다. 아직까지 태맥이 뛰는게 느껴졌다. 잠시후 태맥이 멈추고 남편이 탯줄을 잘랐다. 이제 나와 아기는, 분리, 된것이다. 새벽 3시 6분 입원한지 3시간 반만이었다.



잠시후, 아기는 남편 품으로 갔다. 태반이 나오고, 회음부의 2센티 정도 열상을 꿰맸다. 이런저런 뒤처리를 하고 아가에게 젖을 물렸다. 아가는 마치 눈앞에 젖꼭지가 보이기라고 하듯이 덥썩 젖을 물었다. 그리고 처음 젖을 빨아보는 거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쪽쪽, 젖을 잘 빨았다. 다행히 젖은 잘 나왔다. 적은 양이지만 초유를 먹고 아이는 잠이 들었다.



조금 있으려니 간호사 샘이 미역국과 밥을 가져다 주었다. 남편 도움을 받아 나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밥과국을 조금 떠 먹으며 페이스북에 아기를 낳았다는 글을 올렸다. 이때가 새벽 다섯시쯤. 잠시 바람쐬러 나간 남편이 돌아와 나를 다시 침대에 눕혀 주었다. 이제 좀 자자, 내일부터 바쁜 하루하루가 시작 될테니. 우리는 잠든 아가를 몇번 들여다보고는, 불을 끄고 잠을 청했다. 나는 침대위에 남편은 바닥에 아기는 신생아 침대 위에서.



남편의 나지막한 코고는 소리를 들으며 누워 있었다. 아기를 낳은 첫날은, 이상하게도 흥분감 때문인지 잠이 잘 오지 않는다. 큰애는 잘 지내고 있을까, 앞으로 애 둘을 잘 키울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누워 있는데.......갑자기 아랫배가 아파왔다. 괜찮겠지, 하고 버텨보려는데, 배가 뒤틀리는것 처럼 아프다. 자세를 좀 바꾸어 보려 했지만, 몸이 잘 움직여지지도 않는다. 어? 왜 이러지? 나는 급히 잠든 남편을 깨웠다. 배가 아파 나 좀 일으켜줘봐. 남편은 깜짝놀라 나를 부축했다. 나는 남편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키...려는데 밑으로 아기 머리같은 뭔가 커다란 것이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미 애를 낳았는데, 태반도 다 나왔는데 뭐가 나오려는거지. 그때 눈앞의 입원실 천장이 빙그르르 돌았다. 구역질과 현기증이 났다. 무서웠다. 선생님을 불러와. 남편이 급히 나가고 잠시 후 조산사 샘들이 달려와 나를 눕혔다. 회음부로 나오려던건, 자궁에 고여있던 피, 였다. 자궁수축이 일시적으로 멈추면서 자궁에 고인 굳은 피가 나온것. 나는 보지 못했지만 남편의 말로는, 아기머리만한 피덩어리 두개가 나왔다고 한다. 갑자기 고인피가 나오며 쇼크상태가 된것이다.



조산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담당의사에게 다시 전화를 하고, 링겔 주사 등등을 준비해들어왔다. 우선 자궁수축 주사를 맞고, 혈압이 떨어지고 있다고 해서 혈압강화 링겔을 맞고 뭐 또 몇가지 주사바늘을 몸에 꽂았다. 오른손에 두개, 왼손에는 바늘 두꺼운 놈으로 하나. 나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선생님 피 많이 흘리면 죽나요? 따위의 말을 중얼거리고 남편은 정신차리라며 머리맡에서 계속 내게말을 걸었다.



담당조산사는 나를 안심시키면서 배를 눌러 피를 계속 빼냈다. 그리고 소변을 빼냈다. 방광이 차면서 자궁을 밀어낼수도 있어서 소변을 빨리 빼내 주어야 한다고. 그리고 (내진을 할때처럼 )다시 자궁에 손을 넣어서도 피를 빼내었다. 정말, 정말 아팠다. 아, 애 잘 낳고 다 꿰매기 까지 했는데, 다시 손을 넣어 피를 빼야 하다니. 내가 너무너무 아프다고 호소를 하니, 미안하다면서, 조금만 참으라고 했다. 만약 정상적인 자궁수축으로 인한 출혈이 아니라면 이때 알아내야했던 것이다. 피를 빼내고 또 고이는 속도를 보아가며 이상출혈이라면 다른 조치를 취해야 했던 것 같았다.  



다행히 이상 출혈은 아닌것 같았다. 그냥 일시적으로 자궁이 풀린것. 수액이 들어가자 몸이 덜덜덜 떨려왔고 나는 너무 추워요.....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처치를 받았다. 좀 무섭긴 했지만 나는 왠지 지금 죽을것 같지는 않아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나는 내가 흘린피의 양을 보지 못했으므로 ㅋㅋ ) 남편은 얼굴이 창백했다. 엄청무서웠나보다. 잠시 후 담당의사가 도착하고, 괜찮을 거라고 이야기 해 주었다. 다행히 채혈 결과도 수혈은 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었다.



한바탕 새벽의 소동을 치르고 다시 잠을 청한건 동이 틀무렵이었던것 같다. (기억도 안나네)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링겔 때문에 온몸이 퉁퉁 부어있었다. 태어나서 한번도 링겔을 안맞아본 나, 손에 달고 있는 주렁주렁 줄들이 거추장스러웠다. (왼손에 꽂은 주사바늘은 무척 커서 아직도 자국이 남아있다.) 그래도 링겔줄 끼고 젖도 먹이고 밥도 먹고 다 했다. 아침 회진을 돌때 의사는 출혈이 좀 많아서 완전히 회복되는데 3개월 정도 걸릴테니 철분제를 잘 챙겨 먹으라고 했다.



우리는 모자동실에 있었기 때문에 바로 아기에게 젖을 물릴 수 있는 반면 그래서 산모가 쉴 수가 없다. 다행히 애는 젖을 무척 잘 빨았다. 내가봐도 막 세상에 태어난 신생아라고 할수 없을 만큼 씩씩하게. 간호사들이 모두 칭찬해 주었다. 틈틈히 조금씩 잠을 청하며 하룻밤을 더 보내고 이제 병원밥이 좀 지겹다 싶어질 즈음, 그러니까 다음날 오전 퇴원해서 조리원으로 갔다.



  

아무튼 이렇게 약간의 드라마가 결합된 나의 두번째 출산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한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

출혈에 대한 조치를 하던 새벽 부산한 조산사와 간호사 샘들 사이로 한 사람이 종이와 펜을 들고 보호자를 찾더란다. 수술동의서 인가? 지금 산모가 그렇게 위험한가? 남편은 겁이 났난다. 마음을 굳게 먹고 보호자를 찾는 사람에게 다가가자 그녀가 남편에게 한말은?

"저기 차 번호가 어떻게 되세요?"

아마 입원환자의 차량번호를 체크해야했던 모양. 나중에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듣고 빵터졌다. 어떤 상황에서든 모두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해야지요.)



오늘로 둘째를 낳은지 46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아기를 낳은것은 꿈만같다. 아니 솔직히 태어난지 750여일이 지난 첫째를 낳은것도 꿈만 같다. 둘째를 젖먹이며 내게 자꾸만 달라붙으려고 하는 큰애의 엉덩이를 토닥여 주고 있으면 이런 묵직한 생명 둘을 내가 낳았다는게, 여전히 실감이 잘 안난다. 실감은 잘 안나지만, 시간은 흐르고 있다. 최소 20년은 직접 돌봐야 할것이고 이후 죽을때까지 as까지 해가며 키워야 하는 두 녀석들이 내 삶의 가운데로 들어와 버렸다. 출산은 실감이 안나지만, 육아는 실감 그 자체다. (이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젖먹이러 한번, 보채며 엄마 찾는 큰애 달래러 한번 안방에 다녀왔다. 아 또 부르는구나)  



생각이 많고 끈기가 부족한 나에게 육아는 최고의 정신수양활동이다. ㅠㅠ 몇년간 애들을 키우고 나면 나는 좀더 가벼운 머리와 단단한 몸통을 가지게 될것이라 기대중이다. 그러면 나의 글도 좀더 가볍고 좀더 튼튼해지겠지.



아이를 낳고나서야, 세상에 존재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귀함이 뼈에 사무친다. 가난하든 부자든 잘났든 못난든 모두 그의 부모가 정성으로 젖먹이고 안아재웠으리라. 그런 생명들이 모인곳이 바로 이 세상이다. 그런데, 지금, 세상은 어찌될까? 이 부도덕과 비열함 앞에서 나는 왜 이렇게 무력한가. 예전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참담하다. 하지만 또 꼬물거리는 스무개의 손가락 발가락을 보고있으면, 뭔가, 어딘가 길이 있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이 별빛처럼 미약하지만 분명하게 머릿속을 밝힌다. 길은 있을까? 모르겠다. 지금은 그저 젖먹이고 기져귀 갈아주는 일상에 충실할 뿐. 그리고 그 충실함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줄지 기다려 볼 뿐.




참샘누리
느낌
1. 아무튼 글쟁이는 못 말려요.
2. 학교에서 사고치는 놈들 보면 부모가 불쌍하다.
3. 그놈들도 제 부모에게는 얼마나 귀한 자식일까 싶어 함부로 할 수 없다.
2013/12/28    
이민수
역시, 남자는 군대 얘기, 여자는 애 낳은 얘기라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지?
나도 이 글을 읽으면서 유겸이 낳던 날이 생생하게 떠 오른다.
나도 병원 간지 3시간 만에 (아직은 아니지 싶은데) 간호사가 풀로 다 열렸다고 해서, 그 속도감에 놀랐었는데, 하지만 너랑 다른 점이라면 회음부를 꿰매는 의사한테 칭찬 들었다는 것 <어쩜 소리 한 번 안 지르고,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애를 낳아요? 셋째도 낳으세요..호호> 이 여의사, 나중에 알고보니 미혼! 남편은 외국(민주노총 있을 때라서 ILO회의 참석차 스위스에) 가서 전화도 없고, 친정엄마가 옆에 있는데 무슨 낯으로 소리를 질러, 하면서 속으로만 한탄했지... 구구절절 공감이 되는 부분이 참 많다. 만나서 빨리 수다로 풀고 싶구나. 나중에 날개달린 언니들 아기 보러 올때 나도 꼭 좀 불러주렴! 보고 싶어, 리얼 두 아이 육아, 눈물로 건배를 올린다!!
201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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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4 295
619
1-4월 예배순서 안내 [3]
 
2014/01/26 342
618
나부터 전주수련회 잘 다녀왔어요~^^ [2]
 김민아
2014/01/16 447
617
2014년 희망터 활동에 대한 공지입니다 ^^ [4]
 수진
2014/01/13 506
616
2014년 1-4월 예배순서 신청해주세요~! [3]
 
2014/01/11 283
615
더없이 좋은 소식 [5]
 김정곤
2013/12/31 393
모두들, 안녕하시죠? [2]
 박채란
2013/12/21 298
613
"형이 안녕하지 못하니 저도 이곳 시드니에서 안녕하지 못합니다." 
 김정곤
2013/12/15 380
612
성탄 축하예배 순서 신청을 받아요~! 
 솔바람
2013/12/12 339
611
진안 나들이 [3]
 영례
2013/12/09 462
610
우리집 개그감 ㅋㅋ [3]
 솔바람
2013/12/04 459
609
몇몇 식구들 이야기와... [2]
 솔바람
2013/11/28 293
608
현이와의 새로운 일상 [5]
 솔바람
2013/11/28 484
607
새터 26돌 감사예배 - 주님께 드린 고백들 [2]
 솔바람
2013/11/21 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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